방수원단의 시작 – 왁스드 코튼
1700년대에도 선원들은 캔버스에 오일을 바르면 방풍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시 선원들은 돛에다가 생선기름을 발라 항해할 때 돛의 효율을 향상시켰다.
대항해시대에 이르자 돛의 재질이 더욱 중요해지는데 아직 동력이 개발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가장 강력했던 동력은 바람이었다. 따라서 가볍고 튼튼한 돛을 만들기 위한 여러 시도가 이루어졌다. 그중에서 가벼운 코튼은 당시 돛을 만들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여겨졌다. 같은 코튼이라도 재배된 지역에 따라 무게가 달랐기 때문에 가벼운 돛을 만들 수 있는 이집트산 코튼이 돛의 재료로써 가장 인기가 높았다.
이집트산 코튼에 오일을 발라 만든 방수 원단이 시장에 상품으로 출시되는데 1795년에는 영국의 프란시스 웹스터라는 돛 제조사가 아마인유를 발라 만든 돛이 인기를 독차지해 거의 시장을 독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수 원리를 작업복으로 제작할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작업복으로 방수원단을 활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1850에 이르러서이다.
아마인유를 바른 원단의 가장 큰 단점은 변색이다. 시간이 흐르면 노랗게 변해버렸는데 이러한 단점 때문에 작업복으로 방수원단을 활용하던 초기에는 아예 작업복이 노란색인 경우가 많았다. 어차피 변색이 되어버리니 처음부터 노란색으로 제작했던 것이다. 또한 북극해처럼 추운 환경에서는 겉면이 딱딱해져서 낮은 기온에서는 입고 일하기가 불편했다. 이러한 방수원단의 단점이 해결되려면 다시 1920년대까지 기다려야 한다.
1920년대가 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브랜드 Barbour(바버)가 등장한다. 바버가 내놓은 왁스드 코튼 쟈켓은 시장에서 잘 팔렸고 아직도 바버에서는 왁스드 코튼 자켓을 내놓고 있다.

재킷의 칼라 부분에 보온 기능을 강화하고 깃을 세우면 몸안으로 습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엉덩이까지 덮는 길이의 왁스드 코튼 쟈켓은 배에서 일하는 선원들의 워크웨어로 잘 맞았으며 아직까지도 쌀쌀한 날씨에 남성들이 입으면 멋스러움과 실용성을 보장하는 디자인이다. 바버 뿐만 아니라 폴로 등 대부분의 멘즈웨어라인에서 왁스드코튼 쟈켓 디자인을 선보인다.
참고로 왁스 캔을 구입해서 쟈켓에 정기적으로 발라 주면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질 만큼 오래 입을 수 있다. 바버 홈페이지에는 리왁싱 가이드도 제공한다.
방수원단의 패션화 – 개버딘과 버버리

전쟁이 끝나고 복귀한 군사들은 모든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군대에서 입던 옷을 계속 입었고 이후에도 익숙한 스타일의 옷을 찾았다. 방수원단이 생활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방수 원단은 더 이상 워크웨어의 기능성에 머물지 않았다.
토머스 버버리가 발명한 개버딘은 왁스를 바르지 않아도 물을 막아주고 1,2차 세계대전때 군사들의 트렌치코트로 사용되며 그 진가를 발휘했는데 축축한 습기가 몸속으로 퍼져 기온이 내려가는 것을 막아주었다. 특히 트렌치 코트는 전장에서 아주 유용하게 활용되었는데 가슴 부분에 천을 덧댄것도 총의 개머리판이 고정하려는 목적으로 고안된 디자인이다. 하지만 현대에도 그 디자인은 살아 있다.
Burberry의 트렌치코트를 전쟁이 끝나고 난 후에도 계속 입게 되었고 여성복에도 버버리 디자인이 활용되면서 긴 역사를 자랑하는 버버리 트렌치코트와 체크무늬는 그 자체로 품격을 상징하게 되었으며 동시에 방수 원단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버버리가 인기가 많았던 것은 특허받은 개버딘 소재의 기능 외에도 움직임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특히 피봇슬리브는 팔을 완전히 돌릴 수 있는 디자인으로 사냥이나 등산가에게 호응이 높았는데, 1920년대 영국 등반대가 버버리를 입고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공장에 재봉틀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버버리 트렌치코트가 대량으로 시중에 공급되어 ‘버버리’라는 일반명사에서 트렌치코트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된다.
벤틸 – 생명을 구한 방수원단

벤틸은 나일론이나 PVC를 쓰지 않고 울이나 코튼을 이용해 만든다. 영국 맨체스터의 셜리 이스티튜트에서 처음 개발한 코튼 100%의 방수 직물이다. 조직이 매우 촘촘하여 섬유에서 물을 흡수해버려 습기가 피부까지 스며들지 않아 코팅할 필요가 없다. 이 벤틸은 2차 세계대전 조종사들이 차가운 바다에 떨어졌을 때 체온이 급강하하는 것을 막아주어 수많은 조종사들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위험을 낮춰주었다.
노스페이스 같은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도 벤틸을 이용하는데 벤틸로 만든 옷은 코튼100%라고 표기한다. 워크웨어 뿐만 아니라 아웃도어 의류에도 많이 사용되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노스페이스와 고어텍스 : 현대 방수원단의 혁명
현대 방수 원단은 고어텍스가 등장하며 또한번 혁신을 맞이한다. 바람과 비를 완벽하게 막아주는 고어텍스는 이제 아웃도의 의류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왁스드 코튼에서 고어텍스에 이르기까지 워크웨어에서 시작한 방수 원단의 발전은 아웃도어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일부 방수 원단은 그 자체로도 헤리티지를 지니게 되어 그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빈티지와 헤리티지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미래의 방수 원단은 더 가볍고 친환경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더 적은 물을 이용하여 생산하고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제작되는 방수 원단이 계속 개발될 것이다. 그 혁신의 중심에 있는 다양한 브랜드를 입고 즐기며 오랫동안 입으면서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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